[솔밍] Egg-and-Spoon race :: 2.2

2019. 9. 5. 18:09

*Ready Yet_Sasha Sloan

*타씨피(윤겸) 언급이 있습니다.

 

 

 

너의 모든 것이 나를 향한 배려임을 안다. 그러나 배려라는 이름 하에 행해지는 것들이 되레 이따금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내 숨통을 조인다는 사실을 너는 몰랐다. 함께이기에 마주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를 눈앞에서 직면해야만 했던 나는 조금,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네 다정들의 밑바탕에 깔린 저의가 각자에 대한 철저한 존중임을 뒤늦게 깨달은, 최한솔을 과신했던 김민규가 져야만 하는 짐이었고, 그 짐의 이름은 책임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외로움은, 오롯이 내 책임이었다.

 

우리는 머지않아 해외여행을 갔다. 나라는 이탈리아. 우리와 나에게는 첫 번째였고, 최한솔에게는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나라였다.

 

그 이후 나는 최한솔과 여행을 가지 않았다.

 

 

 

 

Egg-and-Spoon race :: 2.2

_it's hard for me to be mad at you

'cause there's part of me that loves you still

 

 

 

 

최한솔과의 여행이 최악은 아니었다. 이렇게 올 바에는 오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로였을 뿐.

 

아무리 최한솔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한대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읽다 만 책을 그대로 덮어놓아 책등을 상하게 만드는 것처럼, 잡동사니는 종류에 상관없이 한 상자에 마구잡이로 몰아넣어두는 것,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모자를 색깔 별로 모으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것들 외에도, 감상을 꾸며낼 수 없는 것.

 

몇 번이나 방문했던 나라를 처음처럼 보는 것은 최한솔이 나를 위해 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감명을 받고 있는 내 옆에서 너무도 평온한 최한솔. 조금씩 신경을 긁던 온도 차이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벌어져 일정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는 나로 하여금 여행이라는 개념에 진절머리가 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는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열 시간이 넘는 수면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기내식 한 번을 먹지 않고 죽은 듯 잠만 자는 내 옆에서, 최한솔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생각은 아직도 모른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가 여행 얘기를 꺼내는 일은 다시 없었고 우리는 그것이 금기가 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뿐이다.

 

우리의 여행은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최한솔의 유람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일정한 간극을 두고 반복되는 최대 두 달의 공백. 하지만 그 시간은 내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단순한 여백일 수 없었다. 긴 우기의 시작이었다.

 

 

 

 

최한솔의 일, 이자 여행. 즐겁지는 않아도 서운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배웅하곤 했던 시간을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최한솔을 보내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가슴이 갑갑하고 목구멍이 틀어 막혔다. 잘 다녀와, 지극히 간단하고도 평범한 한 마디가 입 밖으로 굴러 나오지가 않아 나는 거칠게 텀블러를 낚아채고 애꿎은 물만 벌컥벌컥 들이켜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너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은, 다녀와, 였다.

 

치졸한가? 그럴지도. 하지만 도무지 너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기보다는 필요성을 잃었다. 고작 한 글자 차이지만 그 활자 안에 내가 실은 감정의 차이는 네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내가 따라갈 수도 없고, 함께할 수 없는 곳에서 네가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곳에 너의 최선을 바치고, 나에게는 다 허비된 껍데기만 선사했다는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는 염증이 아랫배에서부터 창자를 타고 올라와 가슴을 태웠다. 목구멍에 냉수를 들이붓고, 심호흡을 하고,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나가도, 울렁이는 토기는 가라앉을 생각을 않았다. 네가 어디를 갔을 때였을까. 쿠바? 캄보디아? 모르겠다. 알 바 아니었다. 어딘가였겠지. 그렇게 네가 사라지고 며칠 간을 열병 같은 화기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봤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 열병의 병명이 질투라는 사실을.

 

 

그래. 나는 질투했다. 네가 가 있는 이름 모를 나라를. 처음에는 네가 간 곳의 날씨가 좋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 뒤에는 네가 찾는 장소들의 관광이 불발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고조되어 가던 나의 저주들은 네가 그곳에 가서 어떤 무언가를 봐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책을 쓸 수 없기를 바람에 다다랐고, 그만큼 나는 지독하게 질투했다. 그리고 네가 없는 시기 간 내가 꾹꾹 눌러 담아 쌓아 올린 염증은, 여행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서 나오는 너에게 썩은 내 나는 고름으로 터져 나왔다.

 

그때 나는 최한솔 앞에서 많이 울었고, 어떻게든 평화주의자 최한솔에게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이었다. 연애 4년 반 차에 접어들던 그때. 최한솔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대서사시를 들고 오던, 그 시기.

 

나는 너의 처음이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즉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너의 모든 것에 내가 첫 페이지를 장식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네가 겪는 새로움은 내가 함께할 수 있어야지. 그것은 정당한 나의 권리라고 생각했다. 일을 질투하는 꼴불견의 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네가 가는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은 나에게서 그 권리를 박탈해 간, 무뢰배들일 뿐이었다.

 

 

“최한솔. 내가 드라이기 쓰고 코드 뽑아 놓으라고 했지.”

“아. 미안해요. 습관이 돼서 까먹,”

“만만한 게 습관 핑계지. 그냥 고칠 의지가 없는 거잖아.”

“… 형, 저번부터 왜 그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는 그런 대화로 서로를 긁었다. 나는 매번 다른 유형의 문제를 최한솔에게 던졌다. 그리고 최한솔은 그런 나에게 정답을 가져오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내는 문제들은 『수학의 정석』 매 단원 끝에 나열되어 있는 연습문제들과 같았다. 같은 개념을 수십 개의 갈래로 응용시킨 문제들. 이미 근본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최한솔이 내가 낸 문제들을 맞힐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최한솔이 제출한 오답지들은 수십 장으로 불어나 내 심장을 묵직하게 짓눌러 뭉갰다. 어느 날, 아주 간만에, 드물게 찾아온 우리의 휴전일에, 최한솔은 내 옆에 누워 말했다. 장마가 오랜만에 갰네요.

 

장마. 최한솔은 이 시기를 장마철이라고 불렀다.

 

 

 

 

장마는 비가 그치지 않아 장마였다. 굵은 빗줄기 틈새로 잠깐 고개를 내밀었던 해는 다시 거대한 먹구름 뒤로 몸을 숨겼고, 우리는 지속되는 긴 호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최한솔의 통화 목록엔 마감을 독촉하는 정한이 형의 번호가 탑을 쌓았고, 나는 그 옆에서 텅 빈 티슈곽 상자로 탑을 쌓았다. 형, 내가 같은 실수 반복해서 미안해요. 휴지를 더 뽑아 닦기도 힘들어서 아무렇게나 뭉친 휴지 뭉치를 눈에 대고 눈물만 줄줄 뽑고 있으면 컴컴한 시야 속에서 최한솔의 말이 메아리처럼 아득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 무전 같은 메아리에 응답하지 않았고, 그러면 최한솔의 음성 편지는 끝을 모르고 길어졌다.

 

비는 공교롭게도 진짜 장마와 겹쳐 시작되었다. 최한솔은 빗속에서 걷는 동안 단 한 번도 나에게 화낸 적 없었다. 떠나겠다든가, 그만하자는 말은커녕, 신경질 한 번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최한솔에게서 초라하고 볼품없는 나를 읽어내기 시작한 것은 낙엽이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기를 기다릴 무렵이었다.

 

최한솔의 태도가 담백하게 가라앉으면 가라앉을수록 나는 더더욱 바짝 약이 올랐다. 나는 한껏 예민해진 고양이처럼 발톱과 이빨을 곤두세우고 최한솔에게 달려들었다. 차라리 최한솔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내게 욕이라도 했으면 나는 그렇게까지 최한솔을 죽이려 달려들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 관계 안에서 안달이 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눈을 뜨면 그대로 혀를 콰득 깨물어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랐다가, 어느 날에는 눈을 감았다 뜨면 나를 뺀 모두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랬던 내가 적당함이라는 합의점을 찾게 된 것은 순전히 최한솔의 선언 때문이었다.

 

 

“형. 나 진짜, 도저히…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형이 그만 울지, 그만 화낼지, 그만 속상해할지, 나 도저히 모르겠어요. 내가 해결책을 줄 수 있을지도 이제는 모르겠어요. 형이…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내가 사과하는 문제들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그 문제가 뭔지 나는 못 찾겠어요. 그러니까 그냥 말해주면 안 될까? 일단… 혹시나 싶어서 내가 병원을 알아보긴 했거든요. 아니, 형이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마음의 병은 내가 의사가 아니라서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이 멈췄다. 너에게 미안하다든가, 네 말이 충격적이라서가 아니었다. 소름 끼치는 무의미함이 내 시간을 멈췄다. 내 울음, 분노, 슬픔, 고함, 외침, 호소, 설움, 억울함, 혐오, 그리고 애증까지. 내가 너에게 5개월 간 표출해 온 모든 감정들은 네 말로 인해 무의미함이라는 블랙홀로 죄다 빨려 들어가 버렸다. 순수한 무지의 표명이었다. 그 안에 깃든 순수가 얼마나 투명한 것인지 깨달았을 때, 나는 네 눈동자 안에서 남루하게 헐어버린 나를 보았다.

 

네가 나를 완전히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물며 기대조차 한 적 없었다. 그럼에도 일말의 희망은 놓을 수 없었다. 그때 느꼈던 내 울분을 네가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너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기권이 있을까. 게다가 나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할 정신과 권유는 나를 비참함의 끝으로 몰아세웠다. 너 이외의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절벽 아래 낭떠러지 끝에서 내가 본 것은 무언가 동요한 최한솔이 아니었다. 그곳엔 오롯이 허물어진 나만이 존재했다.

 

나는 아슬한 경계선에서 최한솔에게 선언했다. 한솔아. 네가 어디를, 언제, 어떻게 나가든, 나 이제 간섭 안 할게.

 

내가 심해 밑바닥에서 일으켰던 발악 같은 쓰나미는 최한솔의 발끝에서 갓난아기의 옹알이 같은 물거품으로 스러졌다. 우리의 장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차라리 여행을 가지 말았어야 했을까. 요즘에도 문득 후회는 밀려온다. 그러나 그 생각은 필연이라는 이름의 낚싯바늘에 꿰어 딸려 가고, 나는 썰물로 텅 빈 백사장에서 버석한 모래에 머리를 묻는다. 우리는 그 날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여행을 가고 말았을 거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되었든, 여행 이후 나의 질투는 흐드러진 매화처럼 피어나 내 온몸을 수놓았겠지.

 

질투에 목이 막혀 목소리를 잃어버린 인어공주. 나는 그 날 이후 최한솔의 출국뿐만 아니라 그 무엇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나서서 어디를 가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는 어떤지, 언제 갈 건지, 가서 무엇을 할 건지. 네가 먼저 얘기해주는 정보 외에 나는 탐색을 멈췄다. 너는 그런 내게 말했다. 고생했어요. 우리 이제 더 잘해보자. 내가 많이 미안했어. 나는 그 말 끝에서 뭐가 미안해? 라고 튀어나오려는 질문도, 묻지 않았다. 대신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면 적당하지. 네가 나를 좋아하고, 나도 너를 사랑하고. 굳이 너의 모든 것을 보지 않아도, 서로 생각하고, 존중하니까. 적당해.

 

본인이 하는 말은 원래 두 번 듣는다. 내가 뱉으면서 한 번, 내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오면서 한 번. 그래서 나는 제멋대로 질주하는 사고를 깨달으면 급하게 고삐를 건 뒤 그 도돌이표에서 항상 스스로에게 읊조렸다. 적당하잖아, 우리. 적당하네, 우리. 꼬박꼬박 두 번씩 나를 다독였다. 네 몫이 없으니 내가 네 몫까지 채우는 수밖에. 그렇게 나는 녹슬어 돌아가지 않으려는 태엽을 힘주어 돌려 감았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용기가 생겼다.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이대로도 버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네가 인천공항에서 약속을 잊고 가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안 비행운을 세 가닥이나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을, 그런 용기가. 문제는, 느리게 풀려가던 태엽이 어느 날 뚝, 멈춰 섰을 때였다.

 

마치 오늘처럼.

 

 

 

 

바깥에선 동이 트고 있었다. 채 덜 닫힌 커튼 새로 들어오는 옅은 치자색 빛살이 내 상체를 밀어 일으켰다. 나는 눈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최한솔을 비스듬한 시선으로 햇살을 따라 내려다보았다가 조용히 침대 아래의 실내화에 발을 끼워 넣었다. 그리곤 소리 없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틈 없이 여몄다.

 

아침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시각의 복도는 조금 쌀쌀하다.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볕이 들지 않고 인적이 잦아들면 그다지 데워지지 않은 공기가 반팔 소매 아래의 팔뚝에 소름을 돋운다. 나는 미세하게 오돌토돌해진 팔뚝을 한 번 성의 없이 쓸어내고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

 

서재는 비록 한 곳이지만, 방은 들어서는 순간 완벽한 대비가 갖춰진 두 공간으로 나뉘었다. 문에 들어서 방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은 최한솔의 책장들이, 왼쪽은 내 책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큰 틀은 데칼코마니 같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완벽히 다른 두 책장을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다가섰다.

 

 

“…….”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스위스,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체코, 터키… 철제 책장의 맨 꼭대기. 내 시선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느린 손길로 내게 이름을 내보이고 있는 책등들을 부드럽게 쓸었다. 토독, 토독, 한 권, 한 권을 지나갈 때마다 손 끝에 걸리는 책등의 틈새가 빗방울처럼 튄다. 내가 내준 처음들. 내가… 빼앗긴, 나의 처음들.

 

손은 책장 중간에 세워 둔 북엔드에서 멈춰 섰다. 매끌한 커버재질을 두어 번 쓸다가 손을 떼어냈다. 나는 수많은 책들 중 아무것이나 뽑아 들고는 책을 둥글게 구부려 의미 없이 책장을 흘려보냈다. 촤라라락― 소리와 함께 넘어가는 책장이 파도처럼 엄지를 긁는다. 마지막 표지가 넘어가면, 다시금 책을 구부려 처음부터 또 흘려보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책을 넘기던 나는 문득 아무 곳이나 펴 책장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내가 되찾아 올 수 없는 최한솔의 처음이 단정한 글씨체로 정렬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이 밝았다. 나는 조용히 활자 위에 코를 가져다 대고 숨을 들이마셨다. 네가 맡은 샌프란시스코의 아침 내음은, 내게 종잇장의 냄새로 치환되어 다가온다. 한참 깊게 숨을 들이마시던 나는 긴 숨을 내뱉으면서 아주 더디게 책을 코에서 떨어뜨렸다. 탁, 종이 덮이는 소리가 총소리 같이 관자놀이를 쏜다. 나는 예쁘게 코팅이 되어 있는 표지를 다시 한번 쓸어본다. 한솔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 역시 행복하기를. 그렇기 위해, 나는….